02.07.2018 10:10

스티그마(Stig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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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주간의 아프리카 선교 여행은 이전과는 달리 여러가지 면에서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이번에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현지에 있는 크리스천들과 목회자들이었습니다. 이분들은 거의 가난한 분들이고 한국으로 치자면 60-70년대의 생활수준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소유한 영성은 과거 한국 교회가 부흥하던 시절에 소유했던 하나님 나라에 대한 간절한 소망이 묻어나는 원초적인 영성이었습니다. 주님을 향한 갈망은 그들이 부르는 찬양에서 가장 잘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찬양을 드릴 때 앉아서 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물론 문화적인 영향이 있겠지만 찬양을 드리는 자세가 그렇게 간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대부분 찬송의 가사를 모두 외우는 것은 물론이고, 상황에 꼭 맞는 찬양들을 즉각적으로 선곡하는 모습을 통해서 평소에 얼마나 찬양이 그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만 흥이 나면 춤을 추며 찬양을 하는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웠습니다. 목장 실습을 하던 시간에 하도 절실하게 찬양을 하길래 가사가 무슨 내용이냐고 했더니 우물물이 마르면 예수님이 우리의 생수가 되신다는 노랫말이라고 했습니다. 삶과 밀착된 간증이 배어있는 찬양이었습니다.

반면에 제가 주일 예배 설교를 했던 르완다의 한 성공회 교회는 외국에서 많은 돈을 후원받아서 그 지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멋진 예배당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건축한지 얼마 되지 않는 그 예배당의 앞마당에는 그 예배당을 건축한 현직 주교(Bishop)의 동상이 서있었습니다. 살아있는 현직 성직자의 동상이 서있는 모습이 아무리 아프리카였지만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그 교회의 예배는 이전에 목격했던 현지인들의 예배가 아니었습니다. 분위기가 경직되고 형식적입니다. 찬양은 주로 찬양대원들의 몫이었고 성도들의 회중 찬양은 분위기가 가라앉았습니다. 그 때 저는 환경이 좋은 것이 결코 반드시 긍정적이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축복인 줄 알았던 것들이 독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며칠 전 성경을 읽다가 사도바울의 고백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나는 내 몸에 예수의 상처 자국을 지니고 다닙니다(6:17).’ 여기서 상처 자국으로 번역된 단어는 헬라어로 스티그마(Stigma)라는 말인데 새번역 성경은 예수를 위하여 받은 박해로 생긴 상처 자국을 뜻함이라고 주석을 달아놓았습니다. 실제로 천주교에서는 성흔(聖痕)이라고 해서 성인들 가운데 몸에 예수님이 고난 받은 흔적들이 나타나는 현상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사도바울을 끝까지 사명자로 살아가도록 만든 것은 예수님을 따르다가 생긴 상처들이었습니다. 몸의 상처만이 아니라 마음의 상처도 많았겠지요. 그 상처 자국을 바라보면서 바울은 무뎌진 자신의 영성을 바로 세우며 영혼의 불순물들을 제거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을 따르느라고 받은 고난과 상처 자국들이 있는지 여부가 우리의 영성의 생명력을 좌우합니다. 우리에게 그리스도를 위해서 사느라고 생긴 상처 자국이 있다면 그것 자체가 영광이요 축복입니다. 우리가 나중에 주님 앞에 섰을 때 가장 먼저 주님의 눈길을 끄는 것은 우리의 멋진 훈장이 아니라 우리 몸에 생긴 영광의 상처들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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