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세상은 절대 그런 게 아닙니다!”>_8/22/2021

Author
관리자
Date
2021-08-24 10:46
Views
363
지난 주에 읽은 책에 인용된 글 하나가 마음에 깊은 울림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퇴근시간 즈음에 일기예보에도 없던 비가 쏟아졌습니다. 사람들은 비를 피하기 위해 허둥지둥 뛰어다녔습니다. 나도 이 비를 피하기 위해 어느 건물을 좁은 처마 밑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곳에는 이미 나와 같은 처지의 청년이 서 있었습니다. 빗방울이 더 굵어지고 할아버지 한 분을 시작으로 중년 아저씨 한 분, 그리고 아주머니 한 분이 비좁은 틈으로 끼어들었습니다. 작은 처마 밑은 사람들로 금세 꽉 찼습니다. 비는 금방 그칠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뚱뚱한 아주머니 한 분이 이 가련하기 짝이 없는 대열로 덥석 뛰어들었습니다. 아주머니가 그 큼직한 덩치로 우리 대열에 끼어들자 그 바람에 맨 먼저 와 있던 청년이 얼떨결에 튕겨 나갔습니다. 그 청년은 비를 맞으며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쪽 훑어보았습니다. 모두 딴 곳을 바라보며 모른 척하는데, 한 할아버지가 한마디 하셨습니다. “젊은이, 세상이란 게 다 그런 거라네.”
그 청년은 물끄러미 할아버지를 쳐다보더니 길 저쪽으로 뛰어갔습니다. 한 사오 분쯤 지났을까. 아까 그 청년이 비에 젖은 채로 비닐우산 5개를 옆구리에 끼고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하나씩 건네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상은 절대 그런 게 아닙니다!”
청년은 다시 비를 맞으며 저쪽으로 사라졌고, 사람들은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청년이 쥐어준 우산을 쓰고 총총히 제 갈 길을 갔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다 그런 거라네!”라고 말한 할아버지만이 한참 동안 고개를 축이고 계시더니 우산을 땅에 내려놓고는 장대비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 <교회가 이 땅의 소망입니다> 김병삼 지음
이 글을 인용한 저자는 아직도 이기적인 세상과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음을 말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면에서 제 마음 깊은 곳을 찌르는 아픔을 느꼈습니다. 이 글에 나오는 할아버지는 자신이 청년보다 인생을 길게 살았다는 우월감을 내세우며, 마치 세상의 모든 이치를 다 꿰뚫고 있는 것처럼 눈앞의 상황을 단정짓습니다. 그리고 그가 단정하는 내용은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만듭니다. ‘세상은 누구나 자기 이익에 따라서 사는 거야, 힘이 없으면 밀려나는 거야, 세상은 운에 따라 사는 거야’ 등등. 저도 손자만 없을 뿐이지 나이로 보면 할아버지 쪽에 속합니다. 그래서 더욱 섬뜩한 생각이 듭니다. 나이를 먹는만큼 지혜와 삶을 헤아리는 통찰력이 많아야 하는데, 지혜보다는 선입관에 묶여서 무엇이든 쉽게 단정짓고 남들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신앙을 가졌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하나님을 항상 의식한다는 뜻입니다. 하나님은 빛이십니다. 그분에게는 어둠이 조금도 없으십니다. 즉 하나님은 항상 긍정적인 분이라는 뜻입니다. 아무리 사람들이 이기적이고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더라도, 하나님은 인간에 대한 소망과 세상을 구원하시려는 뜻을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그런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 역시 하나님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입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남들은 늘 악하고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면, 바로 그 사람 자신의 마음이 그렇기 때문일 것입니다. 혹시라도 우리에게 세상을 함부로 단정짓는 습관이 있다면 자신의 그런 모습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주님께 부르짖어야 합니다. 성도는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의 힘을 믿고 세상과 사람과 교회에 대한 소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입니다.